contemporary daejeon
기획하며
주 혜 진
이 도시의 모습을 생각하면 도시를 채우고 있는 사물들이 떠오른다. 사실 도시는 무수한 사물들로 이뤄져 있지 않나. 흔한 사물엔 이름도, 특징도, 서사도 없는 것 같지만, 그 사물이 여기 있는 이유와 어떻게 쓰이는지 탐구해 보면, 사물과 사람들이 이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하나의 점처럼 존재하는 사물이 다른 사물과 닿아 있고, 나와 이어지고, 나는 또 누군가의 사물과 닿아 결국 타인과 이어진다. 그래서, 이 도시는 이동하고 순환하는 온갖 사물들이 얽힌 거대한 그물망이다.
『지금 대전』은 점처럼 흩어져 있는 사물들이 나를 통해 연결돼 이 도시를 만든다는 걸 문득 깨닫는 순간을 기록했다. 손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까이 있는 일상의 물건에 눈길을 주는, 자연스럽게 마주치는 사물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어떤 감정이 드는지 알아채는, 조용히 있는 사물 사이에서 나와 당신이 어떻게 비밀의 공동체를 이루는지 깨닫는 순간의 기록이다. 지금뿐인 이 느낌을 놓치지 않고 확실하게 잡아 둔 성실한 기록자들은 각자의 방법론으로 사물의 정체를 밝힌다.
수많은 익명의 타인들이 오가는 대전역 에스컬레이터나 버스 손잡이를 잡으니, 마치 모르는 사람과 악수하는 느낌이다. 조선 선비의 안경은 단순히 보는 도구가 아니라, 느끼고 살피고 탐구하는 ‘감각의 도구’였다니, 연구자인 내 안경이 달리 보인다. 지금은 잊힌 검은 터널 안 죽음의 흔적이나, 육교 위에서의 치열한 삶, 옛충남도청 바닥의 별을 떠올리는 일은 이 도시의 시간을 돌아보게 한다. 누구도 집요하게 묻지 않았던 길거리의 ‘그거’를 유쾌하게 취재한 결과는 무덤덤하고 지루한 사물과 공간을 발랄하게 만들어 버렸다.
신용카드 소비 내역 빅데이터 분석으로 이 도시의 사람들이 어디에서 어떤 음식을 즐기는지 탐구한 결과나, 도시를 가득 채운 거대한 사물인 아파트 광고를 분석한 결과는 이 사물들이 단순히 기능으로만 존재하는 건 아니라는 것 또한 알려 준다.
차라리 사물을 뜯고 조각조각 내어 그 물성物性의 끝까지 파고 들어가는 방법도 있다. 연구원연구소의 예술가들은 ‘말하지 않고 말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제시된 사물 ■■■■■를 드러냈다. 점과 점들을 이은 선으로 지어진 충무체육관에서는 화려한 조명이 번쩍이고 찢어지는 함성이 들려오는 것 같다.
감각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사람만이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지금 대전』에 참여한 작가, 연구자들의 수행 결과를 듣고, 읽고, 보면서 고요한 일상이 잠시 동요되길 바란다.
이제 이 도시와 조금 더 가까워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