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mporary daejeon

기억을 찍다 장면이 되다

박서형

대전에서 영화를 공부하고, 드라마 현장에서 로케이션 매니저로 활동하다 현재는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에서 지역영상산업 육성을 위한 시리즈, 영화 등 영상 촬영을 유치하고 행정지원하고 있다.

백마상_충남대학교

타임슬립물로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는 대한민국 드라마 판도를 뒤흔들었다. 현재에서 2009년 과거로 시간 이동을 하며 보이는 소품들은 그 시절 청소년기를 보낸 시청자들이라면 프레임들에 익숙하게 노출되며 보여 주며, 흥미를 유도했다.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에서는 2009년인 과거로 회귀하며 주인공 임솔이 눈을 뜨며 9화를 시작한다. 주인공 임솔이 술에 취해 깨어난 조형물은 대전에 위치하고 있는 ‘충남대학교’ 상징물인 백마상이다. 그곳에서 임솔이 대학생이 되어 첫사랑인 류선재를 다시 만나게 된다. 시청자들이 설레며 본 장면 중의 하나가 바로 높은 백마상에서 떨어지는 임솔을 멋지게 구하는 이 장면이다. 청춘 로맨스물로 담아진 이 백마상 공간은 충남대학교의 중심에서 벚꽃이 흩날리는 시기에 캠퍼스 울려 퍼지는 축제를 즐기는 낭만을 보내는 학생들, 큰 캠퍼스를 운동장 삼아 거니는 주민들에게도 학교의 정취를 향유하는 공간이다. 이제부터는 시청자들에게 『선재 업고 튀어』의 백마상 자체가 귀염 발랄한 로맨스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적 기표가 되었다.

사실 영화와 드라마 속 프레임에 노출되는 ‘점’은 우리 대전 안에 곳곳들이 존재한다. 도심 속 우리와 가깝고 알만한 장소는 프레임 속 ‘점’들이 표현되고 있다. 예를 들어, 나무로 된 오래된 큰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닥면에 등장하는 별 모양 타일이 위용 있게 자리하고 있는 ‘옛 충남도청’이 대표적이다. 대전의 중심부에서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옛 충남도청’에서 촬영된 작품으로 천만 영화로 대중에게 인기가 있었고,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영화『변호인』이 있다. 일부 장면에서 ‘옛 충남도청’은 부산지방법원 미술 세팅되어 변호사 ‘송우석’이 공권력 피해자를 변호하며 국가와 충돌하는 장면이 촬영되었다. 무거운 이야기를 장소가 가지고 있는 힘으로 풀어낸 경우인데, 옛 충남도청 로비 중심부에 오랜 시간을 지탱해온 바닥면의 별 모양 타일이 영화 속에서도 별이라는 위엄과 권력, 또는 바닥에서도 꿋꿋하게 버텨내고 있는 별이라는 점이 영화 속의 줄거리 의미를 표현하기에 잘 담아져 있다.

대중에게 최근까지도 인기 있는 작품인 드라마『미스터선샤인』, 영화 『서울의 봄』도 옛 충남도청의 로비에서 촬영되며 시청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옛 충남도청의 바닥 면에서 별이 한 점이 있다면, 복도를 훤히 밝혀주는 창 또한 프레임 속 점이다.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경성크리처』와 JTBC 드라마『언터처블』에서도 세월의 무게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옛 충남도청의 격자무늬 창은 덧대거나 교체되지 않은 1932년 준공 당시 그곳에 근무했던 사람들의 호흡과 손길을 담고 있다.

이러한 오래된 창은 단순히 과거의 유물을 넘어, 이야기의 통로가 된다. 현실의 시간은 흘렀지만, 그곳을 통해 바라본 세상은 여전히 정지된 듯 보이기도 한다. 창가에 드리워진 주인공의 얼굴 위에 바람이 흩날리는 정원의 수목의 잎사귀 그림자를 타고 흐르는 빛이 주인공의 눈빛을 전체적으로 매력적으로 만든다.

아쉬운 점으로 표현되는 곳들도 있다. 쉼 없이 바뀌는 도시, 없어지고 새롭게 생겨나는 도시 속에서 이 ‘점’들은 머물러 있는 존재가 아니다. 곧 우리에게 익숙한 문화공간이었던, 드라마 『오월의 청춘』의 촬영지인 소제동도 재개발 조합이 설립되며, 익숙한 ‘점’들이 사라질 예정이다. SBS 드라마의 『낭만닥터 김사부3』 학원가 붕괴 장면의 촬영지인 문화8구역은 새로운 사람들을 맞이할 준비로 바쁘게 새로운 건물을 올리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옥 시즌2』의 화살촉 거주지로 촬영된 선화동 재개발 지역 역시 마찬가지로, 프레임 속 ‘점’을 남기고는 사라졌다.

장소는 촬영이 종료되고, 관객에게 보이고 나면 천천히 대중들 기억 속에서도 사라지게 된다. 영화와 드라마 작품 속에서는 영원한 시간의 점처럼 남게 되지만, 시시각각 빠르게 바뀌는 현대사회에서는 되돌아올 수 없는 ‘점’으로 기억되며, 점점 기억 속에서도 사라지게 된다. 대전의 골목, 가게, 집들과 같은 점들은 과거의 한 누군가에게는 가장 빛나는 한 시절, 순간으로 남으며 추억 속으로 남아졌고, 남아질 것이다.

그렇게 대전은 프레임 속 점에서 시작되어 보여주고, 보일 것이고, 우리의 일상 속에서 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