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mporary daejeon
대전 그거
일이잖아요
김지현·김지혜·전민석
잡지「일이잖아요」를 만든다. 일상 속 직업인들을 인터뷰하고, 일의 기쁨과 슬픔을 기록하여 나누고 있다. 언젠간 대전의 모든 직업인을 인터뷰하는 것이 목표다.
주취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동상의 모습
궁동 별 헤는 밤
충남대학교 쪽문에서부터 시작되는 번화가 궁동. 궁동의 끝자락에는 한 사람이 팔짱을 낀 채 서있다. 로데오 거리에서 술을 마시고 취해, 이리저리 산책을 하다 보면 어김없이 그를 만난다. 그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근처 오래된 안경점에 들어가 대화를 나눴다.
○ 저 동상 이름이 뭐예요?
● 모르지. 여기서 10년 넘게 안경점 했는데, 그 전부터 있었으니까.
○ 그렇군요….
어쩐지 주취자만 이 동상의 목소리를 듣는 듯했다.
‘여기까지 궁동이니라. 길을 건너가면 어은동이 시작되니…’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면, 당신은 만취상태로 궁동에서 별 헤는 밤을 보내고 있던 중이다. 그를 만난 덕분에 헤매지 않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을지도.
둔산 대왕 꿈틀이
둔산동에는 왕꿈틀이가 산다. 지나가다 보면 올라타고 싶은 동심이 불쑥 올라온다. 필자는 당연히 올라탔다. 그런데 사실 꿈틀이의 실체는… 칼국수 가게 앞 환기구다. 환기구를 왜 깜찍하게 만들었을까? 정체를 알기 위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불 꺼진 내부, 사람을 찾아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 내부는 투명 창이었다. 한 층, 한 층 올라가는데 벽에 아쿠아리움이 펼쳐졌다.
‘이 건물… 심상치 않다.’
건물의 8층에서 드디어 사람을 찾았다.
○ 혹시… 이 건물의 환기구가 대왕 꿈틀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 네. 그건 왜 물어보시죠?
○ 왜 환기구가 꿈틀이 모양인가요!!!
● 이 건물이 키즈 테마 건물이었어요. 엘리베이터도 보셨을텐데.
아뿔싸, 칼국수 집이 들어선 이 건물의 정체가 키즈 테마 건물이었다니.
환기구에 마음껏 올라타 숨겨둔 동심을 펼쳐도 좋을 것 같다.
만년 사다리 타는 사람들
직장인 회식의 메카. 만년동의 수많은 식당가 사이에는 건물 위 사다리를 타고 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사다리는 도착지 없이 끊겨 있고, 그 옆에는 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있다. 마치 회식에서 몰래 도망쳐 나와 한숨 돌리는 모습 같다. 어쩌다 이들은 만년동 한복판에서 사다리를 타게 되었을까? 건물 주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 건물… 심상치 않다.’
건물의 8층에서 드디어 사람을 찾았다.
○ 건물 위에 사다리 타는 사람들이 있어요. 어떻게 된 일인가요.
● 수십년 전 이 건물 지을 당시에 주변은 허허벌판이었어요. 이렇게 건물 세울 거라고 하니 구청에서도 반대가 있었죠.
○ 그럼에도 이렇게 지으신 덕분에 만년동의 마스코트가 되었잖아요.
●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요. 사다리를 타고 오르는 건, 하늘에 가깝게 올라간다는 뜻으로 만든 거에요. 지금은 그 의미가 크게 중요하지는 않죠. 사람들이 오고 가면서 다양하게 바라보는 시선들이 다 정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회식 후 킥킥대며 구경하던 녀석들에게 이런 의미가 있었다니. 앞으로는 이들을 마주치면 하늘로 승천하는 기분을 만끽해 보자.
신성 르네상스 노래방
이 건물에는 ‘르네상스 노래방’이 있다. 짧게 솟은 기둥은 신에 닿을 의지가 없다. 신성동에 위치한 신성하지 않은 노래방이라니. 스피커의 울림인지, 혁명의 두근거림인지 알 수 없는 떨림이 느껴진다.
이 건물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건물주인과 대화를 나눴다.
○건물이 너무 멋집니다. 어떻게 이 건물을 구상하셨나요?
●20년 전 주변에 아무것도 없을 때였죠. 건물을 유럽풍으로 고급스럽게 짓고 싶었어요. 그래서 외관을 화려하게 만들었죠. 밖은 대리석으로, 내부는 통나무로 층고를 높게 설계했어요. 들어가면 마치 궁전처럼 느껴지게 말이죠. 계단도 빙글빙글 돌아가는 계단이고요.
○유럽풍 외관의 건물에다, 들어가면 궁전 같은 곳이라니. 정말 멋진 것 같아요!
혁명의 마음이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주인의 애정 넘치는 건물 소개에 르네상스 노래방이 사뭇 달라 보인다. 이제는 왕의 마음으로 이 건물을 즐겨보자.
‘잠깐, 우리 동네에도 그거 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름은 떠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들어가 보고, 물어보자. 이름이 생겨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