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mporary daejeon

우리의 욕망이 만들어낸
도시 사물

아파트 광고로 본 대전

최정

충남 논산 출신. 대전에서 대학을 다니고 직장생활을 하다 지금은 충남 홍성에서 일하고 있다.
지역언론에서 기자로 일하며 로컬리티에 관심을 갖게 됐다. 충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박사과정으로 문화연구 분야의 공부를 하고 있다.

한국인 절반은 아파트에 산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일반가구 53.1%가 아파트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1)
교통과 행정 중심지로 급성장한 대전에도 아파트가 대거 공급됐다. 2023년 기준 대전의 총 주택 중 아파트 비율은 76%로 전국 세 번째다.2)

아파트는 한국의 대표적인 주택 유형일 뿐만 아니라, 다층화된 욕망의 상징이 됐다.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자산 증식의 도구가 되기도, 계층의 징표가 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분양 광고는 지역의 욕망을 드러내는 텍스트로 볼 수 있다. 대전 지역 아파트 광고의 시대별 마케팅 포인트를 살펴보면 당대 주거문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이었는지, 지역 개발의 방향성이나 정체성은 어떻게 구성되고 변화해 왔는지 알 수 있다.

1) 통계청 2023년 인구주택총조사
2) 통계청 통계지리정보서비스(SGIS)

신식 주거문화의 도입

‘대단지’와 ‘중심지’ 등장

‘재산 가치’ 부각

첨단 아파트 강조

자연과의 어울림

“마지막 기회” 투자심리 자극

신식 주거문화의 도입

1970년대 경부고속도로 완공과 호남고속도로 개통, 대덕연구단지 조성 등으로 대전은 중부권 거점도시로 성장한다. 아파트는 급속한 도시 확장에 걸맞은 주택 유형으로, 서울을 비롯한 전국 대도시들이 그랬듯 대전에도 여러 가구가 한 건물에 모여 사는 신식 주거문화가 도입된다. 대전 최초의 아파트는 1971년 중구 석교동에 조성된 제일아파트다. 이와 비슷한 시기 석교동 남양아파트, 용두동 쌍용아파트, 용전동 현대아파트가 한두 동의 규모로 지어졌다고 한다. 1970년대 아파트 분양광고는 대전 어느 지역에 위치한다는 정보 외에 지역적 특징이 부각되진 않는다. 다만 ‘염가 분양’이라는 표현 등에서 낮은 가격을 강조하며 경제성을 부각시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시기 아파트를 소유한다는 것은 자산가치 실현의 목적보다는 내집 마련의 목적이 컸을 것이기에 집값은 구매 요건의 핵심 요소였을 것이다.

‘대단지’와 ‘중심지’ 등장

80년대 아파트 광고에선 위치성이 부각되기 시작한다. ‘도마동 배재아파트’, ‘선화동 현대아파트’, ‘중촌동 현대아파트’처럼 아파트가 들어서는 동(洞)이 전면에 드러난다. 특히 ‘도심지’에 가깝다거나 ‘중심 생활권’이 되어가고 있다는 설명은 아파트라는 주거 형태를 두고 ‘중심과 주변부’의 구도가 생겨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한편 80년대 중반 이후에는 대단지 형태의 아파트 조감도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진다. 대단지 아파트는 하나의 생활권을 형성하며 상권 등에도 영향을 미치는 일종의 폐쇄적 커뮤니티가 된다.

‘재산 가치’ 부각

80년대 광고엔 ‘가치’라는 문구가 나타난다. 아파트는 단순한 주거 공간을 벗어나 ‘투자가치’, ‘재산 가치’를 지닌 것으로 의미화된다. 투자가치, 재산 가치를 높여주는 것은 지리적 위치다. 수도권 과밀 해소를 위한 행정분산 계획이 세워지고 1990년 9월 둔산동이 신도시 개발지역 부지로 결정된다. 이후 1993년 정부대전청사 착공이 이뤄진 후 1997년 완공되며 둔산지구 행정타운이 조성된다. ‘행정타운’, ‘신시가지’와의 연결, 학교가 밀집한 교육환경은 생활 편의를 넘어 재산 가치를 담보해주는 요소로 부각된다.

첨단 아파트 강조

1993년 대전엑스포는 ‘지방도시’ 대전에 국제적 과학도시의 위상을 부여한 일대의 이벤트였으며 ‘대전=과학도시’ 정체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유성구 전민동에 분양한 엑스포 아파트 광고는 ‘첨단’의 이미지를 강하게 어필한다. 93' 대전엑스포의 공식 마스코트인 꿈돌이의 이미지를 사용하기도 하고, 한빛탑과 자기부상열차 등 엑스포를 상징하는 과학건축물이나 시설물을 아파트 이미지와 병렬하기도 한다. 광고의 텍스트를 보면 ’연구소의 사택 같은 품격 높은 빌리지‘로 표상하거나, 홈오토메이션 등 ’첨단시설‘ 설치를 강조한다. 엑스포 개최가 대전을 국제도시로 발돋움시키고, 고속전철이 개통되면 대전이 ’또 하나의 강남‘이 될 것이라고 각인시킨다.

자연과의 어울림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에 분양한 아파트들의 광고를 보면 자연과의 접근성을 강조한 것이 눈에 띈다. 1989년 내동 코오롱아파트 분양 광고는 ‘도심 속의 전원주거지’를 슬로건으로 푸른 숲, 맑은 공기, 풍부한 조경 등을 강조한다. 1991년 문화동 극동아파트 광고는 숲의 이미지와 함께 “아침마다 보문산에 올라도 출근 시간은 넉넉하다”는 카피를 통해 보문산과의 접근성을 강조한다. 1993년 라이프주택개발의 석봉지구 아파트 분양광고는 “자연과 가까울수록 생활은 편리할수록 좋다”는 카피와 함께 자연에 둘러싸인 아파트와 주민을 시각화한다.

“마지막 기회” 투자심리 자극

90년대 중후반 광고 일부에선 종종 ‘마지막’이라는 표현이 쓰인다. “대전 도심권에 남은 마지막 알짜배기땅 舊조폐창부지”라든지, “노은 마지막 중대형 평형”으로 소개하는 식이다. 90년대 들어서면 둔산과 유성, 서남부 지역의 택지개발이 더욱 활발해진다. 특히 둔산지구는 행정 중심지의 정체성에 더해 교육‧의료 인프라가 밀집해 조성되며 주거 선호도가 높아진다. 이미 80년대부터 아파트는 거주시설을 넘어 투자가치를 지닌 자산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마지막’이라는 표현은 구매자들에게 ‘선호 지역에 대한 한정된 투자 기회’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