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mporary daejeon

동구의 폐터널을 발견하며

이영석

대전에서 영화 제작 커뮤니티 해시태그 픽쳐스를 운영하며,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작품 활동을 추구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단편영화「무흘골」,「도담스러운」,「남학생 휴게실」이 있다.

2021년 봄,
처음 만드는 공포영화「무흘골」
의 촬영지로 대전의 폐터널을 찾았다. 바닥
의 철길은 일찍이 철거되어, 아직 자라지 않은 풀
들, 자갈들이 쓸쓸했다. 입구를 막는 울타리나 가림막
도 없었고, 사늘한 바람만이 안에서 불어나오고 있었다.

동구 세천동에 있는, 구정리 폐터널은 대전과 옥천을 잇
는 약 400미터 길이로 상행선과 하행선이 존재했다. 상행
선은 낮은 지반 탓에 물웅덩이가 고여있어 통과가 불가하였
고, 반면 하행선은 터널 끝 건너편의 빛이 보였다. 하지만 실
제로 통과할 수 있는지는 직접 들어가서 확인해 봐야 했다.

폐터널에서 촬영을 하기 전, 취재를 위해 그곳을 관할하는
행정복지센터와 마을 경로당을 찾았다. 폐터널에 있을 사
연, 소문 혹은 금기 같은 것이 있을까 알아보는 취재였
고 다행히 취재 중 우리가 경계하고, 주의해야 할 이
야기를 들을 수는 없었다. 오히려 이미 그분들의
일상과 관심에서 멀어진 공간, 잊힌 공간이었다.

그곳은 일제가 우리 자원의 수탈을 더 수월하게 하기 위해, 우리 조상을 착취해가며 만든 터널 중 하나였고, 시간이 흘러 한국전쟁 중엔 동족끼리 총탄을 쏘았던 흔적들이 지금도 벽 곳곳에 남아있는 곳, 민족과 시대의 아픔을 간직한 공간으로서의 근현대 유적이었다.